다들 아시다시피 지난 16일에 GTA(슈퍼GT 주관사)와 ITR(DTM 주관사)가 규정 통일화에 합의, 사인했습니다. 

정확히는... 발표에서 클래스1이라 칭한 GT500 클래스와 DTM의 규정 통일화입니다. 

GT300 클래스는 아시안 르망 시리즈와의 연계를 위해 이미 올해 시즌부터 FIA GT3 규정으로 맞추었구요.

이에 대한 변화와 문제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 슈퍼GT만의 독자 규정 사실상 포기

그동안 비용문제, 폐쇄성 등으로 비판받았던 GT500의 규정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 되었습니다. 공식 발표 자료에 나와있듯이 GT500을 DTM에 맞춘다고 말했으니까요. 

차량의 원형이 거의 안남을 정도로 개조폭이 넓었지만, <세계에서 빠른 GT 레이스>라며 매년 프로모션에서 홍보하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아쉽기는 하겠습니다만...

일단 비용문제, 진출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동차 제조사 및 애프터마켓 입장에서는 다른데에 써먹기도 힘든(차량 자체라든지 데이터라든지) 슈퍼GT 차량과 부품을 개발하는데에 비용적으로 큰 부담이 있었을 겁니다. 

어찌보면 일회성에 가까운게 슈퍼GT의 차량입니다만... 어쨌든 이번 규정 통합에 따라 자연스럽게 개발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차량 한대를 개발해서 슈퍼GT만 출전하는게 아니라 이젠 DTM까지 출전할 수 있게 되어 효율면으로 비용 부담이 개선된 것이죠. 

또한 애프터마켓과 같은 기업 입장에서도 해외 시리즈로 진출,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같은 규정을 사용하니 같은 부품을 공급하며 스폰서를 넣는 식으로 말이죠. 

예를 들자면... 한국타이어가 DTM에서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죠? 한국타이어가 DTM에서 얻은 노하우를 통해 DTM용 타이어를 살짝 개량해 GT500에도 쉽게 공급할 수 있게 된 셈이죠. 

팀 입장에서는 그동안 어쩔수 없이 사용했던 일본 제조사 차량을 버리고 독일의 메르세데스, BMW, 아우디를 들여와 운영할 수 있는 폭넓은 선택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만, 

사실 이건 그다지 실현 가능성이 없어보입니다. 일단 일본 제조사의 백업이 사라지는데다 드라이버들조차 거기에 묶여서 계약되어 있으니... 

대신 새롭게 GT500 클래스에 진출할 팀이 있다면 독일 제조사의 지원을 받아 독일 차량으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등 선택의 범위는 넓어지겠죠. 

어쨌든 규정 통합으로 인해 비용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폐쇄성을 해소한다는 취지입니다. 

잘 이루어진다면 GT500의 출전차량, 타이어, 스폰서, 드라이버 등 더욱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독일 제조사의 워크스팀이 슈퍼GT에 진출하면 더욱 좋지요. 

2. 여전히 남아있는 비용부담 및 활용문제 

많은 부분에서 규정 통일화에 합의했지만 '엔진'은 서로 다른 규정을 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DTM은 4L V8 자연흡기, GT500은 2L 터보...

두 시리즈의 차별화를 위해서인지 이 부분은 통일화에서 빠져 있는데요, 이것이 다른 시리즈의 진출에 여전히 비용부담으로 남아있다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닛산이 2010년부터 통일화된 새로운 3.4L V8 엔진 덕분에 오랜 기간동안 부진했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죠. 경쟁력을 갖추는데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거란 생각입니다. 

두 시리즈가 사용할 엔진의 성격이 상당히 다른 만큼 이러한 규정 통일화 합의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제조사들이 서로 다른 시리즈로의 진출에 과연 취지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또한 슈퍼GT가 자신만의 규정을 대부분 포기함으로써 GT500에 참전하는 일본 제조사들은 다시 새로운 규정에 맞춰 개발해야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개발 비용으로 폭탄을 맞은 셈이죠. 어찌보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이것은 규정집 같은걸 구해봐야 좀 알 것 같습니다만...

개발한다고 해서 이길수 있는 차량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시 업데이트를 하면서 데이터도 새로 누적해야하고...

이래가지곤 DTM에 진출하기 어렵겠군요. 물론 리스크를 감안하고 더 많은 정보수집과 개발을 위해 동시 출전할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시리즈 통합'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결국 루머로 끝난채, 

DTM이 주도하는 규정 통일화 계획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슈퍼GT가 합류함으로써 더욱 큰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슈퍼GT는 규정을 대폭 변경하는 큰 수술을 강행했지만 이것으로 보편적인 규정을 갖게 되어 아시아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굳힐 생각인듯 합니다. 

물론 이로 인해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 더 나아가 유럽의 기업들이 더욱 참가하길 바라겠죠. 

국내 모터스포츠도 이렇게 발전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만... 일단 편집방송 말고 중계방송부터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ㅠㅠㅠ

ps. 이번 규정 통일화에서도 차량 엔진탑재/구동방식이 FR로 고정되어 있어서 혼다는 고민이 깊을듯 합니다. 

모처럼 NSX 컨셉도 나왔고 이것도 MR로 나올게 뻔한데... 홍보나 활용을 생각하면 FR은 큰 걸림돌인데 그렇다고 참가 안하기 뭐하고...

ps. 차량 규정 통일화에 대한 각 대표 코멘트 (http://shins1128.blog.me/30149412969)

ps. 이번 WEC 후지 6시간 레이스에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LMP1 차량이 우승했더라고요. 나카지마 카즈키가 소속된 팀이었는데 정말 좋아하더군요...;;